취미를 크게 혼자 즐기는 것과 여러 사람이 즐기는 것으로 나눈다면 전자는 현실도피형이 많은데 비해 후자의 경우는
정신안정형이 많다.
예를 들면 똑같이 낚시를 취미로 하는 경우라 해도 산속에서 곤들매기나 송어를 잡으며 고독한 낚시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분열증이나 우울증의 심리 경향이 두드러진다. 그들은 아마 자신을 단단한 껍질로 감싸고 그 속에
틀어박혀 다른 사람의 접근을 막음으로써 정신적 안정을 구하고자 할지 모른다. 직장이나 가정에서의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면 혼자서 고독의 세계로 도피하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사람이 혼자만의 취미에 열중하면 그 자폐성이
더욱더 강화될 위험성이 있다.

한편 전혀 모르는 사람과 어울려 배낚시를 즐기는 사람은 정신적으로 매우 안정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일상적인
욕구불만을 적극적인 취미활동으로 해소함으로써 일, 가정생활, 여가활동을 건강하게 유지하려는 것을 알 수 있다.
흔히 젊은 여성 가운데는 산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보다 바다낚시를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하겠다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은 상대의 마음 속을 꽤 예리하게 간파한 경우이다.

같은 맥락에서 스포츠를 좋아 하는 사람은 대부분 정신적으로 안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또 자기 몸을 움직여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취미, 예컨데 모형 비행기를 만들어 하늘에 띄우는 등의 활동적인 취미를 가진 사람이라면
자폐성의 악순환에 빠질 우려는 거의 없다고 생각해도 좋다.

취미 하나하나를 들다 보면 끝이 없으므로, 여기서는 취미로 사람의 마음을 읽는 데 주의해야 할 점을 한가지 언급
해 보겠다. 그것은 어떻한 특정한 취미에 대해 극단적인 거부반응을 보이는 경우이다. 취미 이야기가 나오면 설령
자신은 흥미를 갖고 있지 않은 것이라도 적당히 맞장구를 치는 것이 보통인데. 어떤 특정한 취미를 극단적으로
싫어한다면 무언가 깊은 사연이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전에 한 여성과 대화를 나누다가 이런 일이 있었다. 마침 화제가 음악으로 넘어가게 되었는데, 그때까지 즐겁게
이야기하던 그녀의 입이 갑자기 닫히며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이었다. 당황한 나는 당장 화제를 돌렸지만, 그후
여러 가지로 물어보았더니 그녀는 음악가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했는데 부모의 반대로 음악을 포기해야만 했던
좌절의 기억을 갖고 있었다. 이와는 다르지만 학생 시절 다른 사람앞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창피를 당한 기억
때문에 음악이 싫어졌다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특정한 취미의 거부반응에는 그 사람의 체험이나 콤플렉스가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 취미 이야기라고
해서 가볍게 생각하고 있으면 모처럼 취미로 상대의 마음을 알 기회를 잃을 수도 있으며, 또 상대에게 뜻하지 않은
마음의 상처를 줄 수도 있다.